<불타는소녀들> 2021 주목해야 할 C.
스티븐 킹이 극찬을 했다기에 눈여겨봤는데 왜 극찬을 했는지 희미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스티븐 킹 특유의 시니컬한 감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웬만한 작가를 금방 발견한 기분으로 만족합니다.
한여름에 읽기 좋은 섬뜩한 스릴감을 안겨주는 불타는 소녀들. <타임스>에서 선정한 '2021년 최고의 범죄소설'이라는 문구에 (올해는 스릴러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아 신작 스릴러의 동태를 파악하지 못해 반론도 힘들지만)공감할 만큼 흡인력 있는 스토리텔링이 매력적입니다.
C.J. 튜더의 데뷔작 <초크맨>이 화제가 되면서부터 요즘 주목받고 있는 스릴러 작가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침 최근에 읽은 책에서 메리 여왕의 개신교도 박해에 관한 역사 이야기를 접했기에 버닝걸스를 소재로 한 <불타는 소녀들>이 제 관심을 더 끌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어요.500년 전 메리여왕의 개신교 도박해로 화형당한 8명의 주민을 기념하기 위해 나뭇가지로 만든 인형을 기념일에 불태우는 전통을 가진 채플 크로프트 마을. 당시 어린 여자아이 2명이 교회에 숨어 밀고당해 순교자에 포함되는데, 그 후 여자아이들의 영혼이 보이면 나쁜 일이 일어난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여자아이들의 영혼을 본 사람이 나타납니다.
불행한 일로 시골 교회로 좌천된 신부 잭 브룩스와 딸 프로입니다. 15세 된 딸을 혼자 키우는 잭은 첫날이면 피투성이가 된 마을의 아이를 마주하고 전임 신부가 교회에서 자살했다는 폭탄 같은 소식을 듣습니다. 태운 아이의 뒷모습을 보기도 하고, 딸의 플로우도 화염에 휩싸인 어린 여자아이를 목격하면서 일주일을 보냅니다. 사악한 악령이 살금살금 다가오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소설 초반부입니다.평범한 마을 같지만 한번씩 큰 사고가 난 마을. 500년 전에는 순교자 사건이, 30년 전에는 행방불명된 두 소녀와 미심쩍게 사라진 부사제 사건도 있습니다. 두 소녀의 실종사건은 단순한 가출로 판단해 흐지부지됐고, 당시 함께 사라졌던 부사제의 행방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져 있습니다.
이 마을에는 순교자들을 조상으로 둔 후손들의 집이 마을의 유지로 살아가고 있어서 30년 전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도 지금도 마을에 남아있어요. 저마다 어떤 비밀과 진실을 가지고 있는지 조금씩 밝혀내는 <불타는 소녀들>. 작은 마을이라 서로를 너무 잘 알 텐데 과연 그럴까요?그런데 또 다른 인물이 등장을 합니다. 14년 만에 자유의 몸이 돼 누군가를 묻는 의문의 남자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섬뜩하네요. 지나치게 집착하는 듯한 그의 사고방식은 무서울 정도입니다.
주인공인 잭 신부와 관련된 다른 사건이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전개해 나가는 구성은 주 사건에서 잠깐 동안 환기시키는 효과를 줍니다. 마을의 사건과는 전혀 다른 사건처럼 보이면서도 교묘하게 교차하는 지점이 있어서 매우 흥미롭습니다.그리고 30년 전 실종된 두 소녀의 시각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그날의 진실이 무엇인지 소설 속 주인공이 아니라 독자에게만 보여주는 방식이어서 끔찍해요.
신교도 박해의 역사 속에서 희생된 여성들, 10대 소녀들의 실종, '바람직하지 않은' 여성의 행동을 악마에게 홀린 탓으로 돌리고 신의 이름으로 행한 구마의식 등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주축으로 삼은 <불타는 소녀들>. 그런 가운데 마을 아이들의 이야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긴장감을 줍니다.
소설에 무기가 등장하면 꼭 써야 하듯이 소재 횟수는 이 정도면 잘된 편이고 반전의 충격이 꽤 오래 남아요. 의문의 사나이 이야기에 등장한 (읽는 동안 신경 쓰지 않았던) 문장이 리뷰를 쓰다가 갑자기 생각났는데 반전과의 연결이 단단해지면서 사건의 결말을 아는 상태에서 다시 한 번 읽고 싶어졌습니다.비난을 받아 마땅한 것을 변명할 때 전통으로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불타는 소녀들